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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하얀집은 공주 원도심의 중심을 가로지르고 있는 제민천 변에 위치한다. 매우 작은 땅이지만 제민천 풍경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지점에 있다. 나와 내 아내(건축학과 교수 부부)를 위한 제2의 집이자 작업실인 공주 하얀집은 약 4년이라는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19년 말부터 중소도시를 탐방하던 중 공주 원도심의 매력에 빠져, 약 3년 동안 틈나는 대로 공주 제민천을 중심으로 구 가옥, 한옥, 빈집, 빈 땅을 살펴보며, 마침내 3년간의 발품의 결실로 작지만 매우 소중한 지금의 땅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1년간의 설계와 시공과정을 거쳐 2023년 12월 말에 완공되었다.


제민천 천변 풍경, 다양성과 소박함

백제의 고도 공주 원도심의 중심을 남북으로 흐르고 있는 제민천은 공주의 역사와 삶이 녹아 있는 도시의 중심공간이다. 예로부터 공주목 관아, 충청감영, 공주시청을 비롯한 중요시설과 공주교대, 공주고, 공주여고, 공주사대부중고 등 교육시설이 제민천을 중심으로 들어섰다. 또한 공주제일교회, 공주성결교회, 교동성당 등의 종교시설뿐만 아니라 공주문화원이나, 공주우체국, 청소년문화센터, 옛 호서극장, 구 아카데미극장, 소갤러리 등의 문화시설도 제민천 변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2014년 원도심활성화사업과 2016년 도시재생사업을 기점으로 공주하숙마을이 조성되고 기존 건축물들이 리노베이션을 통해 책방, 게스트하우스, 카페, 소품 가게, 소갤러리 등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다양한 채의 한옥들이 건립되는 등 제민천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역사/문화/상업 콘텐츠가 원도심을 견인하고 있다. 이렇듯 제민천 변에는 다양한 용도, 형태, 재료 그리고 다양한 시간대의 건축물들이 천변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제민천은 폭이 그리 넓지 않은 휴먼스케일의 소박한 하천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아이들이 미역을 감고, 고기잡이도 하고, 아낙네들이 빨래하기도 하였던 추억어린 아주 소중한 삶의 현장이다. 또한 모든 골목길이 제민천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제민천은 마치 한 마을의 중심길처럼 공동의 거실이자 공동체의 중심공간으로서 자리하고 있다. 제민천의 휴먼스케일은 천변 건축물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1~2층의 수평적 질감 위에 다양한 시대와 시간 속에 녹아 있는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건물들(물론 일부 4~5층 규모의 건물들도 보이긴 하지만)이 제민천 천변 풍경의 특색을 만들어가고 있다.

공주 하얀집 아이디어의 시작은 이러한 ‘다양성’과 ‘소박함’이라는 제민천 변 풍경 특색에서 출발한다. 단층의 간소한 규모, 제민천으로 향해 기울어진 경사지붕, 제민천으로 열려있는 공간구성, 잘게 나누어진 목재의 외부마감 그리고 개방감을 위한 낮은 담장 등은 제민천의 천변 풍경의 다양하고 소박한 조형적 흐름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질감을 덧붙이고자 하는 시도이다.

 
작은 땅, 2개의 마당

공주 하얀집의 땅 면적은 93.2㎡(약 28평)이다. 매우 작은 땅이다. 비록 작은 면적이지만, 마당이 지니는 가치와 매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성격이 다른 2개의 마당을 구성하였다. 조선시대 ‘ㅁ’집의 마당에서처럼, 안마당과 사랑마당에 대한 생각이 토대가 되었다. 서측 제민천 변의 주 대문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마당이 안마당, 동측 길의 보조 대문과 연결된 마당이 사랑마당인 셈이다. 천변 측 길과 동축 길은 80cm의 높이차가 있어 2개의 마당은 높이가 서로 다르며, 서측 연결통로에 의해 연결된다. 안마당은 ‘ㄷ’ 자 볼륨과 1.7m 높이의 담으로 구성된 사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고, 사랑마당은 1.1m의 담으로 구획된 외부로 열려있는 개방된 마당이다. 사랑마당은 남측 볼륨과 쪽마루와 연결되어 있고, 미니 대나무정원이 함께한다. 안마당은 툇마루와 같은 분위기의 열주회랑이 구성되어 있으며, 비워진 여백의 공간이다. ‘ㄷ’ 자 볼륨 위 처마가 나온 경사지붕이 만나서 이루는 공간감은 ‘ㄷ’ 한옥의 마당과 지붕의 관계를 투영하고 있다.


작은 면적, 2개의 채

공주 하얀집의 건축면적은 45.07㎡(약 13.6평)이다. 2개의 방(작업실)과 미니 주방과 화장실이 필요했다. 작은 면적이지만 모든 공간을 마당으로 향해 열려있도록 함으로써 최대한의 개방감을 확보하였다. 제민천으로 열려있으면서, 주요 내부 공간인 2개의 방이 남향으로 향하도록 하는 ‘ㄷ’ 자 집이 되었다. 한옥은 아니지만, 한옥 같은 공간구성, 즉 ‘안채’와 ‘사랑채’를 닮은 공간을 생각한 것이다. 북측에 위치한 윗 방은 툇마루를 통해 안마당을 바라볼 수 있는 ‘안채’인 셈이다. 남측에 위치한 아랫 방은 사랑마당과 연결된 ‘사랑채’가 된다. 사랑채는 안마당과도 큰 창을 통해 연결되어 있어, 3면이 거의 외부로 열려있는 ‘정자’와 같은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사랑채의 남측에는 사랑마당을 바라볼 수 있도록 쪽마루가 마련되어 있으며, 이는 미니 대나무 정원을 즐길 수 있는 소박한 공간적 장치가 되기도 한다.

 

백색의 간소함

공주 하얀집은 이름 그대로 모든 것이 하얗다. 외부는 방부목 위에 흰색 오일스테인, 내부 벽과 천장은 백색 천연페인트, 바닥은 흰색 마루 그리고 주방가구, 화장실 내부, 책장과 가구 등 모두 하얗지 않은 것이 없다. 집 밖의 외부공간과 2개의 마당 역시 흰색 콩자갈이 중심을 이룬다. 백색은 건축의 기하학적 형태를 가장 순수하게 잘 드러내고, 그 미학적 가치를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리고 화이트 큐브와 같은 미술관처럼 백색 공간은 사물, 오브제 등 다양한 대상들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무엇보다 공주 하얀집은 제민천 변의 다양한 질감에 하얀색 질감을 더함으로써 주변 분위기에 밝음과 개방적 성격을 부여하고 싶었다. 백색의 미니멀하고 간소한 형태로 빛을 반사하고 그림자를 만들어 냄으로써 천변 풍경에 햇빛이 소재가 되는 풍경인자가 되고 싶었다.

백색으로 통일된 공간은 zero의 공간이 된다. 공간 그 자체가 비워지는 여백의 공간이 된다. 그러므로 백색의 공간은 작은 공간이라 할지라도 답답하거나 협소해 보이지 않는다. 또한 빛 자체의 순수한 질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그래서 백색 공간은 빛의 연출에 따라 무한하게 변모하는, 단조롭지 않은, 진화하는 공간이 된다. 그리고 백색 공간은 무균실처럼 정결하다. 그래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자기 집이지만 손님처럼 조심스럽게 공간을 대한다. 집 스스로가 나를 비추는 거울처럼, 정결을 유지하기 위해 정성을 다하게 된다. ‘집 스스로가 풍경이 되고, 집안에 앉아 내 집을 바라본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자경(自景)’의 공간처럼, 공주 하얀집 역시 ‘내가 나를 바라본다’라는 자아 성찰적 공간이 되고 싶었다. 과함이 없이 간소하고 소박하게 비워진, 2개의 마당과 천변풍경이 주인이 될 수 있는 여백의 공간을 생각하였다.

Maison Blanche de Gongju

 

설계               이상민 (에스엠엑스엘건축사사무소) +

                       성기문 (한국교통대학교 건축학과) +

                       류주희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지위치       충청남도 공주시

건축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93.20 ㎡

건축면적       45.07 ㎡

연면적           45.07 ㎡

규모               지상1층

구조               경량목구조

설계담당       이상민, 김정인

​사진               윤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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