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주택은 임야를 깎아 보강토블록으로 터를 만든 전원주택 단지의 첫 번째 필지에 지어졌다. 이 필지는 4m가량의 단차가 있었으며, 정남향으로 당촌 저수지가 있고 이 너머로 산이 있는 수려한 조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대지조건을 바탕으로 모든 공간에서 저수지와 산을 바라보고 도로에서의 시선은 차단되며 내부와 외부의 마감은 견고하고 단단한 물성을 가진 재료로 구축되기를 바라는 건축주의 요구 조건이 더해져 설계가 시작되었다.

양산 주택은 외부에서 보면 거대한 건축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하층을 제외한 연면적이 65평이 채 되지 않는 규모이다. 도로와 맞닿은 지하 1층에 있는 현관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당촌 저수지와 그 너머 풍경이 침실과 거실, 주방을 따라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며 펼쳐진다. 이 파노라마를 담아내는 전면 창 위쪽에는 커다란 콘크리트 루버 구조물이 공간의 성격마다 각기 다른 길이로 뻗어 나와 있으며, 전면 테라스와 1층으로 들어오는 강한 햇살을 시시때때로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2층에는 세 개의 침실이 위치하는데 온전히 각 개인을 위한 휴식 공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각 방마다 테라스를 갖도록 하였고, 각각 기둥과 기둥, 벽과 벽, 벽과 지붕이 만드는 사이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두 곳의 중정

양산 주택은 두 곳의 중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거실 올라오면 볼 수 있는 유리중정이다. 이 중정은 안방과 거실 간의 경계 역할과 함께 거실 공간의 시각적 확장을 하고 있다. 거실에서 전면 풍경을 바라보지 않더라도 중정으로 쏟아지는 빛과 그림자를 통해 시간과 계절을 실내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마당은 거실에서 저수지 너머로 보이는 자연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 비워둔 반면에 중정은 나무와 이끼로 채워 보는 이로 하여금 정제된 새로운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하나의 중정은 안방 욕실에 있는 비밀스러운 중정이다. 안방 욕실은 가장 안쪽에 삼각형 형태의 중정과 연결되어 있다. 이 중정은 외부의 시선을 노출콘크리트 벽으로 차단한 채 삼각형으로 열린 하늘만을 담고 있다. 외부와 차단된 채, 조용하게 하늘만을 항해 열린 중정을 보며 온전히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중단열 노출콘크리트, 치핑 콘크리트

콘크리트의 단단한 물성을 선호하는 건축주를 위해 집의 내부와 외부 모두를 콘크리트 그대로 노출시킬 수 있는 중 단열 노출콘크리트공법을 사용했다. 노출콘크리트도 공간의 성격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각기 다른 질감을 가지도록 했다.

먼저 도로와 맞닿아 있는 지하층은 건물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기단의 모습을 가진다. 이에 착안하여 기단과 같은 지하층이 땅에서 바로 융기된 바위처럼 보이기도 하며, 집 전체의 단단한 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거친 표면을 가진 치핑콘크리트 질감을 사용했다. 거푸집 속에 EPS문양거푸집(깊이 35mm, 너비 20mm)을 제작해서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양생한 뒤 망치로 하나하나 깨는 수작업을 통해 거친 표면을 완성했다.

그리고 지상층의 전체 외관은 송판노출콘크리트로 만들어 집으로서 지나치게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했다. 내부에도 견출콘크리트를 사용하여 콘크리트 재료 본연의 질감은 유지하면서도 매끈한 면 처리를 하여 거친 촉감으로 인한 사용상 불편함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콘크리트의 물성은 유지하되, 위치마다 구축 방법을 달리하여 획일적이지 않게 만들어냈다.

 

콘크리트 루버

건물의 정면은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멋진 풍경을 담을 수 있도록 침실-거실-주방으로 이어지는 파노라마 뷰를 가진다. 하지만 이렇게 정남향으로 배치된 공간은 강한 채광으로 눈부심이 발생할 수 있고, 강한 일사가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 역시 정주환경에 유해하기 때문에 적절한 일사량 조절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전창과 테라스 상부에 최대길이 7.5m의 거대한 콘크리트 루버를 만들었다. 이 루버는 집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 조절뿐 아니라 집이 가지는 단단한 인상에도 큰 역할을 하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림자가 다채로운 공간감을 연출하고 경험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