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붉은 벽돌의 3층 갤러리가 들어섰다. 회나무로 13가길에 들어선 `갤러리 이알디(ERD)`가 주인공이다.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4개 층에 걸친 전시장에는 덴마크 가구 거장 핀 율(Finn Juhl·1912~1989)의 의자와 테이블, 책장 등 30여 점이 놓여 있다. 또 벽에는 디자이너 겸 사진작가인 김희원(33)의 사진 12점이 걸려 있다. 핀 율 가구의 한국 분점이자 순수미술 전시 공간으로서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핀 율과 김희원의 2인전을 개관전으로 준비한 이민주 대표(33)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핀 율 하우스`를 론칭하는 것"이라며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경계가 없어지는 추세에 맞춰 앞으로 다양한 2인전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갤러리 이름인 `이알디(ERD)`는 `아트와 디자인 전시장(exhibition of art and design)`을 줄인 말이다.
핀 율은 최근 수년간 국내 디자인의 화두가 된 `북유럽 가구`의 대표 주자다. 미니멀하면서도 실용적인 동시에 파격적이고 유기적인 곡선이 특징이다. 2012년 탄생 100주년을 기해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핀 율 기획전이 열려 국내 대중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됐다.
이민주 대표는 "대림미술관이 성공한 것처럼 뻔한 전시보다 장르를 적절히 결합해 젊은 층의 이목을 사로잡겠다. 조각과 조명, 회화와 사진 등 다양한 영역의 작가들을 초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중문과를 졸업한 뒤 화랑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SNS 시대로 인해 젊은 사람들이 이제는 `의식주` 가운데 `식주`에 꽂혀 있다. 어떤 의자에 앉는지, 어떤 공간에 살면서 무엇을 먹는지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라고 분석했다.
사진 작가 김희원은 이번 개관전을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 인근에 있는 핀 율의 생가를 직접 방문해 그곳의 창문과 길, 집안 곳곳을 실제 크기로 촬영했다. 그 덕분일까. 갤러리에 들어서면 마치 핀 율의 집에 들어선 듯한 생생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전시는 8월 24일까지. (02)749-0419